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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언 | 2017-09-03 15:27:00 | ||
하계휴가를 앞두고 대출받은 다섯 권의 책 | |||
하계휴가를 눈앞에 둔 지난 8월 중순경 - 본인의 선택과 지인의 추천으로 도합 5권의 책을 대출받았다. 모처럼 맞이한 긴 휴가 기간 - 어디로 여행을 가든지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다소 흥분된 기분이었다. 휴가 기간 동안의 여행지는 경기도 수원 변두리의 처가로 잡혀졌고 여행길에는 짐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아내의 강압적인 엄명 앞에 입 한번 벙긋하지 못하고서 손에 먼저 잡히는 대로 급하게 3권을 골라 짐 꾸러미에 담았다. 처가에 도착해서는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눈치껏 짬을 내어서 독서를 시작했다. 어라!,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생각처럼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내 판단 기준으로는 내용이 너무 진부하고 무미건조하여 도무지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래도 좀 더 참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뭔가 전체적인 맥이 잡힐 것이라고 기대하고 계속해서 책갈피에다 시선을 집중했는데 마침내 인내의 한계상황에 도달하고 말았다. 결국 고개를 가로저으며 책장을 덮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또 다른 두 권의 책도 앞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에 세 권 중 단 한권도 완독치 못하고 앞부분만 찔끔 읽고는 책장을 덮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처가에서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챙겨가지 못한 나머지 두 권의 책을 급하게 훑어보았더니 앞의 것 보다는 그런대로 부담이 적고 진도도 그럭저럭 나갈 것 같았다. 위의 책은 그 중에 한 권이다. 2주간이라는 대출규정에 연장신청까지 해가며 끝까지 한번 도전해 보리라 작정하고 있는데 이런 나의 독서 자세를 두고서 혹자는 독서의 편식 쟁이 내지 진정한 독서광이 아니라며 삐딱한 시선으로 폄훼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기호식품이 다르듯이 각자 선호하는 책도 마찬가지 이치라고 여겨진다. 행여 글 내용과 전개방식이 구미에 맞으면 식사시간도 거른 채 단 하루 만에 책 한권을 논스톱으로 독파할 때도 허다한 경력자이다. 이참에 글 쓰는 작가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글의 내용과 전개가 어느 정도 흥미롭고 긴박하다든지 아니면 찐한 감동을 안겨준다든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잔잔한 여운이라도 남는 글을 쓰면 안 되겠느냐고.....!!! 평소에는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대출기간까지 연장해 가며 기어코 한 권이라도 완독하고자 발버둥치는 이 순수한 독자의 마음을 십분 좀 헤아려 주시라고 호소하는 바이다. 그저 말장난 하듯 난해한 문장을 반복하여 군데군데 적당히 나열하면 작가의 대열에 오르는 것이 아니오라 그만큼 풍부한 삶의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아야 하리라. 단 한권의 책이라도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작가 자신의 혼이 담긴 주옥같은 글을 세상에 내놓아야 부끄럽지 않을 것이리라. 마치 틀에 박힌 기성복을 마구 찍어내듯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가벼운 문학작품집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이 한 권의 책이라도 휴가기간 동안 받았던 실망을 상쇄시켜 줄 수만 있다면 이번 휴가기간의 독서실적은 결코 손해 본 장사는 아니었다고 혼자서라도 억지를 부리고 싶을 정도이다. 하계 휴가기간 동안의 독서관련 넋두리도 채 끝나지 않은 어지러운 상황에서 어느 새 가을이 성큼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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